요약

  • 스페인은 10월 17일부터 법 적용 대상 기업의 영업전화에 400으로 시작하는 아홉 자리 번호를 사용하도록 했다. 적용 범위와 예외가 있으며, 모든 사업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규칙은 아니다.
  • 400은 발신 전용이다. 영업 목적을 표시하지만 발신자의 신원이나 수신자의 동의까지 보증하지는 않는다.

전화를 받기도 전에 상대가 물건을 팔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 받지 않겠다는 결정도 쉬워진다. 스페인이 영업전화에 따로 부여한 400 번호의 취지다. 그런데 이 번호에는 익숙한 전화 사용법 하나가 통하지 않는다. 부재중 전화가 남아도 같은 번호로 다시 걸 수 없다.

장애가 아니라 제도 자체가 그렇게 설계됐다. 400 번호에 관한 결의는 이 번호를 영업전화 발신에만 쓰도록 하고, 400 번호를 목적지로 하는 통화를 금지한다. 고객센터 용도로도 사용할 수 없다. 판매 전화를 거는 창구와 고객이 도움을 청하는 창구를 분리한 것이다.

받는 사람에게는 용도를 알아보기 쉬운 번호가 편하다. 거는 쪽에서는 그만큼 연결될 기회가 줄 수 있다. 제도 시행 전 번호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이미 이 이해관계의 차이가 드러났다.

평판이 나빠지면 번호를 더 받을 수 있을까

CNMC의 7월 20일 배분 결정에는 MasOrange의 주장이 실려 있다. 영업전화라는 점이 명확해지면 수신 거절이나 신고, 필터링이 늘 수 있다는 우려였다. 평판이 떨어지거나 기능상 문제가 생긴 번호를 교체하는 데 필요한 여유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의 요구가 포함됐다.

CNMC는 이를 추가 번호를 내줄 충분한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연결될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사정이나 번호의 평판 저하를 근거로 번호 공급을 늘릴 수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한 고객에게 많은 번호를 사용하는 것도 효율적인 자원 이용으로 보지 않았다.

이 대목은 실제로 특정 기업이 400 번호를 악용했다는 조사 결과가 아니다. 소비자들이 얼마나 많이 거절했는지를 측정한 자료도 아니다. 배분 절차에서 나온 사업자의 주장과 규제기관의 답변이다. 다만 제도의 목적과 판매자의 바람이 어디서 어긋나는지는 잘 보여준다. 수신자가 쉽게 알아보도록 만든 번호를, 잘 받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바꿔줄 것인가.

번호를 더 받을 길 자체가 막힌 것은 아니다. CNMC는 효율적인 사용을 입증하면 나중에 추가로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처음 받은 수량을 영구적인 상한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필요를 설명해야 하는 자원으로 다룬 셈이다.

다시 걸 수 없는 이유

발신 전용이라는 선택에도 다른 안이 있었다. CNMC는 4월 의견서에서 영업전화에 무료로 회신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최종 규정은 회신을 무료로 만드는 대신 아예 허용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당시 제안과 시행된 규칙을 섞어 읽으면 안 되는 이유다.

고객 지원은 별도 번호로 이어진다. 고객 서비스 번호 규정은 해당 용도로 부여된 단축번호, 무료인 800·900 번호, 지역번호 기반 번호를 정한다. 지역번호 전화까지 모두 무료라는 뜻은 아니다. 기업은 영업에 쓰는 400과 고객이 연락할 수 있는 지원 창구를 구분해야 한다.

번호가 알려주는 것도 여기까지다. 400은 영업전화의 용도를 드러낸다. 그 화면만으로 상대의 신원이 확인되거나, 제안 내용이 사실이 되거나, 수신자가 연락에 동의했다는 증거가 생기지는 않는다. 알아보기 쉬운 번호와 믿을 만한 전화는 같은 말이 아니다.

번호를 나누는 일과 전화를 가려내는 일

초기 신청에서는 47개 사업자가 번호 1,000개씩으로 구성된 블록 354개를 요청했다. 7월 결정의 최종 배분표에 실린 수량은 이후 신청분을 포함해 98개 블록이다. 신청량과 배분량 모두 실제 통화량이나 사용 중인 번호 수와는 다르다.

CNMC는 첫 배분의 기준으로 2025년 800·900 번호의 실제 사용을 참고했다. 일부 사업자는 과거 사용량이 새로운 영업전화 수요를 충분히 나타내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추가 신청을 허용하면서도 처음부터 번호를 쌓아두게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규제기관의 접근이었다.

망에서는 다른 종류의 판단이 필요하다. 지정된 번호를 쓰지 않고 걸려오는 영업전화를 어떻게 알아낼 것인가. 고객 서비스법 제16조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른 기술 시스템과 Secretaría de Estado de Telecomunicaciones e Infraestructuras Digitales, 즉 SETID의 명시적이고 이유를 갖춘 승인을 규정한다. 통화량이 매우 많다는 것은 단서가 될 수 있지만, 개별 통화가 모두 위법하다는 판정은 아니다.

적용 대상도 구분해야 한다. 법은 특정 필수 서비스와 일정 요건의 대규모 소비자 대상 기업 등을 포괄하면서 예외를 둔다. 또 운영사가 요청에 따라 400 영업전화 서비스의 수신 차단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정한 것이지, 모든 회선에 동일한 차단 기능이 이미 제공된다고 보장하지는 않는다.

10월 16일 공식 발표는 다음 날 시행을 알렸다. 이 규정들과 배분 결정은 무엇을 하도록 설계했는지 설명하지만, 시행 후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를 대신 측정해주지는 않는다. 원치 않는 전화가 줄었는지, 정상 통화가 잘못 막히지는 않았는지는 별도로 확인할 일이다. 화면의 세 자리는 그 평가의 출발점이지 결론이 아니다.

2026년 10월 26일 편집자 주: 이 기사의 기존 다른 언어판에서 법 적용 범위와 운영사가 제공할 수 있는 수신 차단의 성격을 더 정확히 구분하고, 시행 발표 링크를 바로잡았다. 첫 한국어판에도 이를 반영했다. 기존 다른 언어판의 주소와 원문 발행일은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