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프랑스 이동통신사 한 곳의 집계 자료로 2019년과 202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코뮌별 득표율을 분석한 연구가 나왔다. 2024년 분석에서 서비스 이용 지표를 사회경제적 기준 모델에 더하자 정당별 득표율과의 평균 상관관계가 기준 모델보다 상대적으로 28.23% 높아졌다.
  • 공개된 코드와 표는 통신사가 통신량을 서비스별로 분류하고 가공한 뒤부터 시작한다. 원자료와 실제 분류기의 정확도는 외부에서 확인할 수 없다. 투표함보다 먼저 열어 봐야 할 것은 그 숫자를 만든 렌즈의 관리 규칙이다.

투표함은 닫혀 있었다. 기지국은 계속 셌다

휴대전화 회사가 고객의 투표용지를 보는 일은 없다. 하지만 한 동네에서 사람들이 어느 서비스를 얼마나 이용하는지는 네트워크의 일상적인 계측 대상이다. 시간, 기지국, 서비스별 통신량을 세는 설비는 이미 깔려 있다. 연구자들이 이 자료를 선거 결과와 포개자 정치 지도가 그려졌다. 투표함을 열지 않고도 가능한 일이라는 점이 이 연구의 매력이자 곤란함이다.

RIPE 93에서 발표된 연구는 프랑스의 2019년과 2024년 유럽의회 선거를 다룬다. IMDEA Networks에 보관된 원논문에 따르면, 2024년 사회경제적 변수만 쓴 기준 모델에 모바일 서비스 이용 지표를 추가했을 때 코뮌별 정당 득표율과 모델 결과의 평균 상관관계가 상대적으로 28.23% 개선됐다. 28.23%포인트 상승도, 개인의 투표를 맞힌 확률도 아니다. 분석의 단위는 사람 한 명이 아니라 코뮌 하나다.

익명의 통신사가 운영한 두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2019년 31.9%, 2024년 31.5%였다. 연구 자료는 각각 약 1만7600개와 2만5900개 기지국에서 분 단위로 집계한 서비스별 데이터 사용량이다. 분류 대상 서비스는 첫 선거에서 22개, 다음 선거에서 27개였다. 기지국의 전파 지도를 행정구역 지도에 겹쳐 통신량을 코뮌별로 추정했는데, 촘촘한 도시의 기지국과 드문드문 놓인 농촌의 기지국은 같은 잣대로 다룰 수 없다. 최종 표본은 프랑스 본토의 도시·교외 코뮌 4102곳으로, 유권자의 약 66%와 측정된 모바일 수요의 70% 이상을 포괄한다. 농촌은 빠졌다.

이 계측 방식은 플랫폼의 협조를 기다리지 않는다. 소셜미디어 회사가 API를 닫거나 지표 정의를 바꿔도 통신사는 망을 흐르는 서비스별 수요를 계속 관찰할 수 있다. 그래서 연구는 플랫폼 밖에서 디지털 활동과 정치적 성향의 관계를 살필 수 있는 창을 제시한다. 다만 창이 어디를 향하는지 결정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어떤 트래픽을 어떤 서비스로 분류할지, 기지국의 관측을 코뮌으로 어떻게 옮길지에 따라 지도의 색이 달라진다.

논문의 윤리 부록은 실제 처리 경로를 설명한다. 통신사는 자체 보안 환경에서 통신량을 처리하고,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이용자가 섞인 익명 기지국 단위의 집계값을 만들었다. 통신사의 개인정보보호책임자는 이 공동연구를 위한 수집과 처리를 승인했고, 연구진은 집계값에 접근했다. 이는 연구의 범위가 정해져 있었다는 중요한 사실이다. 같은 설비로 다음 선거까지 상시 관측하는 일은 별도의 목적과 승인, 검증 체계를 요구한다.

연구진이 공개한 재현용 코드와 자료는 가공된 코뮌별 표와 그 뒤의 분석을 살펴보게 해 준다. 그러나 통신망의 원자료는 비공개 계약 아래 있고, 실제 심층 패킷 검사 분류기의 세부 방식과 정답 자료, 서비스별 정확도도 공개되지 않았다. 공개 검증은 분류 작업이 끝난 곳에서 출발한다. 서비스 하나가 잘못 표시됐다면 그 오차는 공개 코드가 움직이기 전에 이미 표 속으로 들어간다. 맨 처음 눈금을 그은 손을 확인하지 못한 채 마지막 그래프만 재현하는 셈이다.

상관관계가 설명해 주는 범위도 분명하다. 플랫폼 이용이 정치적 선택을 바꿨을 수도 있고, 정치적 관심이 이용 습관을 바꿨을 수도 있다. 동네의 다른 특징이 둘 모두를 움직였을 가능성도 남는다. 두 선거에서 관찰된 관계는 인과 실험이 아니다. 한 통신사의 고객 구성에서 나온 도시·교외의 결과를 프랑스 농촌이나 다른 나라로 자동 확대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이 장비를 서랍에 넣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쓸모가 큰 계측기일수록 누가 눈금을 관리하는지 더 명확해야 한다.

플랫폼의 문은 피했지만 통신사의 문 앞에 섰다

플랫폼 API에 기대지 않는 선거 관측은 감독기관에도 매력적일 것이다. 하지만 플랫폼의 허락을 통신사의 분류기에 대한 신뢰로 바꾸는 순간, 독립성은 장소만 옮긴다. 어떤 서비스가 목록에 오르는지, 새 앱을 언제 추가하는지, 어느 크기의 지역까지 결과를 내보내는지는 기술적 선택인 동시에 공적 선택이다. 투표함은 봉인돼 있다. 측정실에는 창문이 있어야 한다.